계단식 돌 구조물(SSS): 예루살렘을 지탱하는 척추인가, 덧댄 반창고인가?
이스라엘에서 발견된 철기 시대 구조물 중 가장 거대하다. 아파트 12층 높이의 이 돌무더기는 다윗 성의 급경사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필사적인 토목 공사의 결과물이다. 이것이 성경 속 '밀로(Millo)'인가? 아니면 후대의 땜질인가?
목차
1. '계단식 돌 구조물(SSS)'의 위용과 기능
예루살렘 다윗 성(City of David) 국립공원을 방문하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이 구조물이다. 기드론 골짜기를 향해 가파르게 뻗은 동쪽 경사면에, 마치 계단처럼 차곡차곡 쌓아 올린 거대한 석벽이 존재한다. 이것을 '계단식 돌 구조물(Stepped Stone Structure, 이하 SSS)'이라 부른다.
높이만 약 20미터(아파트 7~8층 높이)에 달하며, 현존하는 이스라엘 철기 시대 유적 중 단일 구조물로는 최대 규모다. 이것은 사람이 오르내리기 위한 '계단'이 아니다. 위쪽의 무거운 건물(지난 글에서 다룬 '큰 돌 구조물-LSS')과 지반이 경사면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한 거대 옹벽(Retaining Wall)이자 축대다.
질문은 간단하다. 이 엄청난 토목 공사를 누가 주도했는가? 부족장 수준의 촌장이 할 수 있는 공사가 아니다. 강력한 중앙집권적 행정력이 동원되었다는 명백한 증거다.
2. 쟁점 1: 이것이 성경의 '밀로(Millo)'인가?
성경 사무엘하 5장 9절을 보자. "다윗이 그 산성에 살면서 다윗 성이라 이름하고 다윗이 밀로(Millo)에서부터 안으로 성을 둘러 쌓으니라."
여기서 '밀로(Millo)'라는 단어는 히브리어로 '채우다(mle)'라는 동사에서 파생되었다. 즉, '채워진 곳' 또는 '흙으로 메운 축대'를 의미한다. 많은 성서고고학자(특히 Cahill, Shiloh)들은 이 SSS가 바로 성경의 '밀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 지형적 일치: 다윗 성의 지형상 북쪽과 동쪽 경사면이 가장 취약하다. 이곳을 '채워서' 평평하게 만들어야 건물을 지을 수 있다.
- 어원적 일치: SSS는 실제로 흙과 돌로 가파른 경사면을 '채워서(Fill)' 만든 구조다.
만약 SSS가 밀로라면, 다윗과 솔로몬이 이 구조물을 보수하고 확장했다는 성경 기록은 고고학적 실체와 만나는 접점이 된다.

3. 쟁점 2: 건축 시기 논쟁 (10세기 vs 2세기)
그러나 고고학은 퍼즐 맞추기가 아니다. 발굴된 단면을 보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SSS는 한 번에 지어진 건물이 아니라, 수백 년에 걸쳐 덧대고 기운 '누더기'에 가깝다.
초기 발굴(Kathleen Kenyon, 1960년대): 캐슬린 케년은 이 구조물을 발굴하고 나서 "헬레니즘 시대(기원전 2세기)의 것"이라고 단정했다. 발견된 도자기 파편들이 후대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주장대로라면 다윗과는 아무 상관없는 돌무더기가 된다.
재발굴과 수정(Yigal Shiloh, 1980년대): 이갈 실로는 케년이 놓친 하부 구조를 파고들어 갔다. 그는 이 구조물의 핵심부(Core)가 기원전 13~12세기(후기 청동기/철기 I기), 즉 여부스 족 시대에 처음 축조되었고, 기원전 10세기(다윗 시대)에 대대적인 확장이 이루어졌음을 밝혀냈다.
현재의 학설 (종합):
SSS는 단일 시기의 건축물이 아니다.
1. 기원전 12세기(여부스): 원형 옹벽 축조.
2. 기원전 10세기(다윗/솔로몬?): 상부 LSS를 지지하기 위해 대규모 덧댐 공사(Mantle) 수행.
3. 이후(하스모니안 등): 무너진 부분을 계속해서 보수.
4. 아히엘의 집(House of Ahiel)이 말하는 진실
SSS가 기원전 10세기 이전에 존재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역설적으로 그 위에 지어진 집들에서 나온다. SSS의 하단부에는 일명 '아히엘의 집(House of Ahiel)'이라 불리는 4방 구조 가옥(Four-room house)의 유적이 있다.
이 집은 기원전 7~8세기에 지어졌다(바빌론 침공으로 파괴됨). 중요한 점은, 이 집이 이미 존재하는 SSS의 일부를 깎아내거나 이용하여 지어졌다는 사실이다. 상식적으로 건물의 기초(SSS)가 그 위에 얹혀산 집(아히엘의 집)보다 늦게 지어질 수는 없다.
따라서 논리적 순서는 다음과 같다:
SSS 축조 (오래됨) → 아히엘의 집 건축 (BC 8세기) → 바빌론에 의한 파괴 (BC 586년)
이 층위학적 증거는 최소주의자(Minimalist)들이 주장하는 "SSS는 헬레니즘 시대의 작품"이라는 설을 완벽하게 반박한다. 적어도 몸통 자체는 유다 왕국 시대, 혹은 그 이전에 이미 그곳에 버티고 서 있었다.
5. 결론: 다윗은 '기초' 위에 섰는가
계단식 돌 구조물(SSS)은 예루살렘의 척추다. 이 척추가 없었다면 위쪽의 왕궁(LSS)도, 다윗 성의 방어력도 존재할 수 없었다.
고고학적 팩트를 종합해 보자. 이 구조물은 다윗이 '처음부터 창조한' 것이 아니다. 여부스 족이 만들어 놓은 기존의 옹벽을 다윗과 그 후계자들이 확장하고, 보강하고, 덧대어(Millo) 사용했을 확률이 가장 높다.
이것은 다윗의 업적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험준한 산지를 정복하고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국가의 기틀을 다진 현실적인 통치자 다윗의 모습을 보여준다. 성경의 "밀로를 건축했다"는 표현은 맨땅에 헤딩하듯 건물을 지었다는 뜻이 아니라, 무너져가는 옹벽을 보수해 왕권을 단단히 했다는 정치적·건축적 행위로 읽어야 한다.
예루살렘의 돌들은 화려하지 않다. 그것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흙을 채워 넣어야 했던 치열한 투쟁의 기록이다.
참고문헌 (References)
- Shiloh, Y. (1984). Excavations at the City of David I, 1978–1982. Qedem 19. Jerusalem: Institute of Archaeology, Hebrew University.
- Cahill, J. M. (2003). Jerusalem at the Time of the United Monarchy: The Archaeological Evidence. In Jerusalem in Bible and Archaeology. SBL.
- Steiner, M. (2001). Excavations by Kathleen M. Kenyon in Jerusalem 1961–1967, Vol. III. Sheffield Academic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