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스가 본 '지진 2년 전'… 예루살렘 흙층이 들려준 2800년 전 재난 리포트
리드문: 성경 아모스 1:1에 지나가듯 적힌 "지진 전 2년"이라는 한 줄. 2020년대 예루살렘 다윗 성 발굴과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이 이 문장을 고고학적 연대표 위에 꽂아버렸다. 불탄 흔적 없이 무너진 8세기 주거지, 산산조각 난 그릇, 벽 아래 깔린 새끼 돼지 한 마리. 이 현장이 말해주는 건 단순한 "성경은 맞다" 수준이 아니라, 예언자의 발언이 구체적인 역사 재난 위에 서 있었다는 불편할 정도로 사실적인 진실이다.
목차
- 1. 아모스 1:1이 말한 그 지진, 텍스트부터 짚어보자
- 2. 2021년 다윗 성 발굴: "불탄 흔적 없는 붕괴층"의 등장
- 3. 왜 이건 전쟁이 아니라 지진인가: 고고학자가 보는 세 가지 단서
- 4. 예루살렘만 흔들렸나? 이스라엘 전역에 남은 8세기 지진 스냅샷
- 5. 연대와 규모: 기원전 8세기 중반, M 7~8급 '아모스 지진' 시나리오
- 6. 학계의 신중론: "아모스의 지진"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 나만의 에세이: 예언과 재난 사이, 흙층이 말해주는 것
- 참고문헌
1. 아모스 1:1이 말한 그 지진, 텍스트부터 짚어보자
아모스서 서론은 이렇게 시작한다. "유다 왕 웃시야의 시대, 이스라엘 왕 요아스의 아들 여로보암의 시대, 지진 전 이 년에..." 이 한 줄은 두 가지를 전제한다. 하나, 상당히 큰 지진이었고, 둘, 사람들이 그 지진을 연대 기준점으로 쓸 정도로 충격이 컸다는 점이다.
수백 년 뒤 스가랴도 "웃시야 왕 때의 지진을 피하여 도망하던 것 같이"(슥 14:5)를 상징적 비교로 쓴다. 즉, 이 지진은 단발성 뉴스가 아니라, 두 세대 이상 기억되는 "저때 그 지진"이었다고 봐야 한다. 고대 사회에서 자연재해가 이렇게 집단 기억에 박힌다는 건, 최소 도시 단위가 휘청였다는 뜻이다.

2. 2021년 다윗 성 발굴: "불탄 흔적 없는 붕괴층"의 등장
이제 2800년을 건너뛰어 예루살렘 동쪽 경사, 다윗 성(City of David) 발굴 현장으로 가보자. 이스라엘 문화재청(IAA) 발굴팀은 2021년, 기원전 8세기 철기시대 II 주거 건물에서 이상한 파괴층을 보고했다.
핵심 장면은 이렇다.
- 경사진 바위 위에 세운 8세기 주거 공간(발굴 구역 U, 방 17130).
- 북쪽 벽을 따라 줄지어 놓았던 저장 항아리, 사발, 램프들이 한 줄로 제자리에서 산산조각 난 채 발견된다.
- 그 깨진 그릇 뒤쪽에서, 서 있는 자세 그대로 돌무더기에 깔려 죽은 새끼 돼지(돼지 새끼 골격)가 나왔다.
- 그 모든 것 위로, 위쪽 벽에서 떨어져 내린 돌들이 방향성 있게 덮치고 있었다.
불에 탄 흔적은 없다. 화재로 인한 붉게 구워진 벽돌·그을음·재층이 전혀 안 보인다는 게 발굴 보고서의 반복되는 관찰이다. 오히려 "마치 건물이 한 번에 내려앉으면서 안에 있던 생활용기들을 덮쳐버린 것 같은" 전형적인 급성 붕괴 양상이다.
대중 기사에서는 이 일대를 그냥 "다윗 성 발굴 지역", 혹은 뭉뚱그려 '지역 G'라고 부르지만, 학술 보고서를 보면 중핵은 U·E 구역 주거지들이다. 중요한 건 명칭이 아니라, "기원전 8세기 중반에 한 번에 무너진 주거지"라는 사건이 예루살렘 성 안에서 확인됐다는 점이다.
3. 왜 이건 전쟁이 아니라 지진인가: 고고학자가 보는 세 가지 단서
"벽이 무너졌으니까 지진 아니냐?" 이렇게 단순하게 가면 아마추어다. 고고학자는 최소 세 가지를 체크한다.
1) 불탄 흔적의 부재
고대 도시가 군사 공격을 받으면, 불이 안 나는 쪽이 더 드물다. 586년 바빌론에 의한 예루살렘 멸망층은 두꺼운 재와 붉게 구워진 벽돌, 타다 남은 목재층이 도시 전역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번 8세기 파괴층은, 그릇과 벽이 무너져 있지만 그 주변 토양이 전혀 "구워지지" 않았다. 군사 파괴층의 전형적인 화재 흔적이 사라진 것이다.
2) 방향성 있는 벽 붕괴와 제자리 파편
텔 에츠-사피(가드), 하솔, 게셀 등 8세기 지진층으로 여겨지는 유적에서는 공통적으로 "벽이 한 방향으로 넘어지며 연속적으로 쓰러진" 모습이 관찰된다. 전투라면 구간별로 파괴 양상이 들쭉날쭉한데, 지진은 진동 방향에 따라 비교적 일정한 패턴을 남긴다.
다윗 성 주거지에서도 항아리들은 제자리에서 깨졌고, 그 위로 위쪽 벽체에서 떨어진 돌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덮쳤다. 집안이 천천히 붕괴된 게 아니라, "한 번에 쿵" 하고 내려앉은 흔적이다.
3) 공격 흔적의 부재 + 일상 유물의 그대로 보존
전쟁이라면 화살촉, 투석탄, 병기 파편 등이 같이 떠야 한다. 또 귀중품을 챙겨 도망간 뒤 남은 잔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갈하게 놓인 생활용기가 그대로 덮여 있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이 주거지에서는 일상용 토기, 조리기구, 램프, 저장항아리가 원래 배치된 자리에서 산산 조각 난 채 발견되었다.
심지어 돼지 새끼 골격은 "도망갈 틈도 없이 그 자리에서 깔려 죽은" 포즈로 발견된다. 이건 전쟁 전에 주인이 짐 싸서 도망간 집이 아니라, "일상 도중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건물이 붕괴한 집"이라는 쪽에 압도적으로 가까운 시나리오다.
이 세 가지 정황을 종합하면, 발굴 책임자와 뒤따른 연구자들이 "지진에 의한 급성 붕괴층"이라고 결론 내리는 건 과장이라 보기 어렵다.
4. 예루살렘만 흔들렸나? 이스라엘 전역에 남은 8세기 지진 스냅샷
예루살렘 지층 하나만 보고 "아모스 지진이다!" 외치는 건 과하다. 하지만, 이 사건은 고립된 현상이 아니다. 이미 이스라엘 전역에서 기원전 8세기 중반으로 수렴하는 지진 흔적들이 발견되어 있었다.
- 텔 하솔: 기원전 8세기 중반층에서 기울어진 벽, 붕괴된 구조물이 보고되었다.
- 게셀(Gezer): 수 톤짜리 성벽 돌이 기초에서 몇 인치씩 밀려난 채, 아래는 밖으로, 위는 안쪽으로 쓰러진 구조가 관찰된다. 지진파에 의한 전형적인 벽 변형으로 해석된다.
- 텔 에츠-사피(가드): 하사엘의 9세기 공격층 위에, 군사 파괴 흔적 없이 지진성 붕괴층이 겹쳐 나타난다.
- 라기스, 아골, 엔 하체바 등: 비슷한 시기의 갑작스러운 붕괴·균열 흔적이 보고되며, 고고-지진학(archaeoseismology) 데이터베이스에도 중첩된다.
- 사해 퇴적(Seismites): 사해 호수 퇴적층에서 혼탁·교란층(지진층)이 방사성탄소 연대와 역사 기록을 종합할 때, 기원전 약 8세기 중반에 큰 지진 한두 차례가 있었음을 가리킨다.
요약하면, 예루살렘 다윗 성의 붕괴층은 이미 알려져 있던 "기원전 8세기 중반, 매우 큰 지진" 퍼즐의 마지막 조각에 가깝다. 그동안 북쪽과 평야 지대, 남쪽 몇 군데에서만 보이던 지진 흔적이, 드디어 유다 왕국의 심장부 예루살렘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5. 연대와 규모: 기원전 8세기 중반, M 7~8급 '아모스 지진' 시나리오
이제 숫자를 보자. 다윗 성 발굴층의 연대는 두 갈래 데이터가 겹친다.
- 방사성탄소 연대: 2024년 PNAS에 실린 예루살렘 철기시대 방사성탄소 연구는, 다윗 성 U 구역 방 17130의 붕괴층을 기원전 766~750년 사이에 일어난 대형 지진으로 해석한다.
- 성경-역사 연대: 아모스가 활동한 "여로보암 2세–웃시야" 시기를 통상 기원전 8세기 중반(대략 780–740년경)으로 본다. 아모스 1:1의 "지진 전 2년"은 이 지진을 이 구간 어딘가에 정확히 꽂아버린다.
사해 퇴적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이 시기 지진을 대략 M 7.5~8.2 수준의 초대형 사건으로 추정한다. Austin 등은 이 지진이 사해 변환단층(Dead Sea Transform)을 400km 이상 연속 파열시킨, 지난 4천 년 중 가장 큰 지진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물론 규모 추정에는 편차가 있지만, 최소 M 7 이상, 이스라엘 전역에서 목격 가능한 강진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합의가 모인다.
중요한 포인트는 연대다. 방사성탄소 모델은 예루살렘 붕괴층의 가장 그럴듯한 구간을 766–750년으로 잡고, 사해 지진층 연대와 고고학적 자료(하솔, 라기스 등)를 종합할 때, 이 지진이 바로 성경이 말하는 그 "웃시야 시대의 지진"과 같은 사건일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기운다.
즉, "아모스 지진"이라는 말은 이제 설교자의 수사학이 아니라, 고고학·지질학 커뮤니티에서도 실질적으로 쓰이는 하나의 연대 앵커(chronological anchor)가 되어가고 있다.
6. 학계의 신중론: "아모스의 지진"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여기서 브레이크를 한 번 밟고 가야 한다. 모든 학자가 "예루살렘 붕괴층 = 아모스 1:1의 그 지진"이라고 단정하는 건 아니다.
- 이스라엘 핑켈슈타인은, 8세기에 큰 지진이 있었고 예루살렘도 당했을 가능성은 크지만, "아모스 텍스트의 지진 언급을 곧장 특정 고고학 층과 1:1로 매칭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 볼프강 츠비켈 등 일부 구약학자는 사해 퇴적 연구를 근거로, 8세기 전후로 큰 지진이 최소 두 번 이상 있었을 수 있으며, 전승 과정에서 하나의 "웃시야의 지진"으로 합쳐졌을 가능성도 언급한다.
- 또, 일부 고고학자들은 "지진-파괴층" 진단이 자칫 남발될 위험을 경고하며, 군사적·경제적 요인, 점진적 구조 붕괴 가능성까지 반드시 비교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 냉정하게 말해, 지금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다.
- 기원전 8세기 중반, 이스라엘–유다 전역을 강타한 대형 지진이 있었다는 점은 지질·고고학적으로 꽤 단단하다.
- 예루살렘 다윗 성의 붕괴층은 그 지진과 시간, 양상, 분포에서 아주 잘 맞아떨어진다.
- 아모스·스가랴가 말하는 "웃시야 시대의 지진"을 이 사건과 연결하는 것은 합리적인 가설이지만, 100% 단정은 아니다.
한마디로, "아모스 지진 = 허구"라고 치부하는 건 현재 데이터에 비해 너무 가볍고, "아모스 지진 = 예루살렘 층 X, 연도 Y"라고 단언하는 것도 아직은 과속이다.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성경이 증언한 큰 지진과 동일한 스케일·시기의 실제 지진이 존재했고, 예루살렘에서 그 흔적이 확인되었다" 정도다.
나만의 에세이: 예언과 재난 사이, 흙층이 말해주는 것
이 지점에서 보통 두 부류가 갈린다. 하나는 "봐라, 성경이 다 맞지 않느냐" 쪽, 다른 하나는 "겨우 지진 하나 갖고…" 하며 코웃음 치는 쪽이다. 둘 다 반만 맞고 반은 빗나간다.
먼저, 고고학은 "하나님의 심판"을 증명하지 않는다. 흙층은 "언제, 얼마나 세게, 어떻게 무너졌는가"까지만 말해줄 뿐이다. 예언자들이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했는지는, 신학과 문학의 영역이다. 이걸 뒤섞으면 과학도, 신학도 둘 다 무너진다.
하지만 반대편도 만만치는 않다. "성경은 다 신화"라는 말은, 최소한 이 주제에서는 데이터와 어긋난다. 예언서의 서론에 등장하는 한 줄짜리 연대기적 언급이, 2800년 뒤 방사성탄소 곡선과 사해 퇴적 코어, 예루살렘 주거지 붕괴층 위에서 서로 맞물린다. 이건 '은혜로운 간증'이 아니라, 지나치게 구체적인 물질적 우연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지점은 여기다. 아모스는 부자들의 상아 침상과 억압받는 가난한 자들을 신랄하게 공격한다. 그의 메시지는 '경건'이 아니라, 경제 불평등과 사법 부패에 대한 정치적 고발이다. 그리고 그 고발의 배경으로 붙은 재난은, 실제로 팔레스타인 전역을 뒤흔든 초대형 지진이었다.
즉, 아모스는 "추상적 도덕 설교자"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회경제적 현실과 구체적인 자연재해 사이에서, 그 의미를 해석해 보려던 사람이었다. 오늘 우리가 할 일은, 이 사람을 신화 속 캐릭터로 밀어 넣거나, 반대로 과학 교과서에 억지로 끼워 넣는 게 아니다. 그의 텍스트와 우리가 가진 데이터가 서로 어디까지 맞물리고, 어디서 갈라지는지 정직하게 그 경계선을 그어보는 것이다.
다윗 성의 붕괴층은, 바로 그 경계선 위에 놓인 흙 한 줌이다. 예언과 재난, 신앙과 과학,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이 흙은 조용히 말한다.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날, 정말로 땅이 흔들렸다."
참고문헌
- Austin, S. A., Franz, G. W., & Frost, E. G. (2000). Amos's earthquake: An extraordinary Middle East seismic event of 750 BC. International Geology Review, 42(7), 657–671.
- Kagan, E. J. (2011). Multi-site late Quaternary paleoseismology in the Dead Sea basin (Doctoral dissertation, 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 Regev, J., Gadot, Y., Uziel, J., Chalaf, O., Regev, L., Pearson, C. L., Mazar, E., & Boaretto, E. (2024). Radiocarbon chronology of Iron Age Jerusalem reveals calibration offsets and architectural development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21(XX), e2321024121.
- Uziel, J., & Chalaf, O. (2021). Archaeological evidence of an earthquake in the capital of Judah. In Proceedings of the City of David Studies of Ancient Jerusalem (발표 논문).
- Garfunkel, Z., et al. (2015). 5000 yr of paleoseismicity along the southern Dead Sea fault. Geophysical Journal International, 202(1), 313–352.
- Maeir, A. M., & others. (다수 논문). Tell es-Safi/Gath 발굴 보고서 및 8세기 지진층 논의.
- de Groot, A., & Bernick-Greenberg, H. (2012). Excavations at the City of David 1978–1985, Directed by Yigal Shiloh. Vol. 3. Israel Exploration Society.
※ 참고문헌에는 논문·단행본 등 학술 자료만 간추려 실었으며, 기사·뉴스 자료는 포함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