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밈 동굴의 흑마술: 죽은 자를 부르던 2천 년 전 그 어둠
테오밈 동굴의 흑마술: 죽은 자를 부르던 2천 년 전 그 어둠
리드문: 예루살렘 서쪽 산지, 테오밈 동굴 깊숙한 곳에서 120개의 기름 램프와 인간 두개골이 나왔다. 로마 시대(주후 2~4세기) 사람들이 이곳에 숨어들어 죽은 자의 영혼을 불렀던 흔적이다. 사울 왕이 엔돌의 무당을 찾아간 그 강령술이, 1천 년 뒤에도 여전히 어둠 속에서 맥박치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현장이다. 2023년 하버드 신학 리뷰에 실린 연구는 이 동굴을 "저승으로 통하는 문"이라고 불렀다. 과장이 아니다.
목차
- 1. 테오밈 동굴, '쌍둥이의 어머니'라는 이름
- 2. 120개 램프와 두개골 3개: 배치 자체가 증거다
- 3. 강령술의 작동 방식: 불·두개골·무기의 삼각편대
- 4. 엔돌의 여인에서 로마까지, 1천 년을 관통한 금기
- 5. 유대교와 이교의 경계, 그 흐릿한 현장
- 6. 학계 반론: 정말 흑마술일까
- 나만의 에세이: 두려움이 만든 어둠, 어둠이 만든 신
- 참고문헌

1. 테오밈 동굴, '쌍둥이의 어머니'라는 이름
예루살렘 서쪽 산지, 벧세메스에서 동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거대한 카르스트 동굴이 나온다. 현지인들은 이곳을 '움 엣 투에이민(Umm et Tûeimîn)', 즉 '쌍둥이의 어머니 동굴'이라고 불렀다. 19세기 말 처음 기록된 이후, 2009년부터 바이란 대학과 히브리 대학이 정식 발굴에 들어갔다.
이 동굴이 특별한 이유는 구조에 있다. 좁은 입구 너머로 큰 방들이 펼쳐지고, 깊숙한 곳에 샘물이 흐른다. 바닥 곳곳에 파인 웅덩이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게 아니라 인위적으로 팠다. 고대인에게 이런 지형은 '저승 입구'의 전형이었다. 어둡고, 습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곳.
로마 시대 사람들은 이곳을 지하신 탐무즈-아도니스의 성소로 여겼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죽었다 부활하는 신, 그리고 지하세계를 오가는 신. 강령술 의식을 벌이기에 이보다 더 '설정 좋은' 장소는 없었을 것이다.
2. 120개 램프와 두개골 3개: 배치 자체가 증거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발굴 과정에서 동굴 곳곳에서 기름 램프가 쏟아졌다. 총 120개 이상. 모두 로마 시대(주후 2~4세기)의 것이다. 그런데 이 램프들은 동굴 바닥에 굴러다닌 게 아니다. 벽면의 좁은 틈새, 바위 더미 아래, 웅덩이 주변의 은밀한 공간에 의도적으로 숨겨져 있었다.
더 섬뜩한 건 두개골이다. 총 3개의 인간 두개골(cranium)이 발견되었다. 그 중 2개는 쥐가 물어다 놓았을 가능성이 있지만, 3번째는 달랐다. 이 두개골은 3~4세기 토기 램프 4개를 위에서 덮고 있는 자세로 발견되었다. 즉, "먼저 램프를 놓고, 그 위에 두개골을 올려놓았다"는 배치다.
여기에 청동 도끼날, 창 머리(spearhead), 유리병, 동전이 함께 나왔다. 특이하게도 이 유물들은 중기 청동기~철기 시대까지 섞여 있었다. 로마 시대 사람들이 수백 년 전 유물을 일부러 수집해서 이곳에 가져왔다는 얘기다. 고대 유물 자체가 마술적 힘을 지녔다고 믿었던 것이다.
3. 강령술의 작동 방식: 불·두개골·무기의 삼각편대
발굴 책임자인 에이탄 클라인(Eitan Klein)과 보아즈 지수(Boaz Zissu)는 이 현장을 강령술(Necromancy) 의식장으로 해석했다. 그들이 제시한 시나리오는 이렇다.
램프의 역할
120개의 램프는 조명용이 아니다. 그리스-로마 시대 마술 문헌(PGM, Papyri Graecae Magicae)에는 램프 불꽃으로 신탁을 읽는 '램프 점(lychnomancy)'이 자주 등장한다. 불꽃이 어느 방향으로 흔들리는지, 어떤 색인지로 영혼의 응답을 해석했다. 어두운 동굴 안에서 120개의 램프가 일제히 켜지면, 그 자체로 압도적인 시각 효과가 연출된다.
두개골의 역할
고대 마술에서 두개골은 '영혼의 그릇'이었다. 그리스 마술 파피루스에는 "두개골에 주문을 새기고, 그 위에 점토판을 얹어 영혼을 가둔다"는 레시피가 나온다. 테오밈 동굴의 두개골도 마찬가지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 죽은 자의 뼈를 통해 죽은 자의 영을 부르는 접점이다.
무기의 역할
청동 도끼와 창 머리는 방어용이다. 강령술을 하다 보면 원치 않는 악령도 함께 끌려온다고 믿었다. 고대 근동과 그리스-로마 전통 모두에서 금속, 특히 철과 청동은 악령을 쫓는 힘을 지녔다고 여겨졌다. 무기를 동굴 곳곳에 배치해 의식 참가자를 보호하는 결계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다.
4. 엔돌의 여인에서 로마까지, 1천 년을 관통한 금기
성경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장면에서 사무엘상 28장이 떠오를 것이다. 사울 왕이 블레셋과의 전쟁을 앞두고 엔돌의 신접한 여인을 찾아가 죽은 선지자 사무엘의 영을 불러낸 이야기 말이다. 그 사건은 기원전 11세기경이다. 테오밈 동굴의 유물은 주후 2~4세기, 즉 로마 시대다.
그 사이 거의 1천 년이다. 율법은 강령술을 사형으로 다스렸다(레위기 20:27). 그런데도 이 풍습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하로 숨어들었을 뿐이다. 테오밈 동굴은 바로 그 "숨어든 자리"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연구자들은 로마 시대 팔레스타인이 유대교와 헬레니즘 문화가 충돌하던 시공간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공식적으로는 유대교 율법이 지배하지만, 동굴 깊숙한 곳에서는 그리스-로마식 마술과 유대교적 강령술이 뒤섞인 혼종 의식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5. 유대교와 이교의 경계, 그 흐릿한 현장
이 동굴에서 흥미로운 점은 유물의 '혼종성'이다. 120개의 램프 중 상당수는 로마 양식이지만, 일부는 지역 유대인 공동체에서 쓰던 토기 램프다. 청동 무기는 훨씬 더 오래된 것들이고, 두개골의 신원은 확인 불가다.
즉, 이곳은 순수한 '이교도 마술'의 현장도, 순수한 '유대교 강령술'의 현장도 아니다. 오히려 두 문화가 뒤섞인 지점에서 벌어진 비공식·비합법 의식이었다. 공식 종교가 금지한 것일수록, 지하에서는 더 끈질기게 살아남는다는 역설의 증거다.
고고학자들은 로마 시대 팔레스타인에서 마술 관련 유물(부적, 저주판, 마술 그릇 등)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테오밈 동굴은 그중 가장 극적인 사례다. 왜냐하면 여기서는 의식이 벌어진 공간 자체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6. 학계 반론: 정말 흑마술일까
물론 모든 학자가 이 해석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일부는 "동굴이 여러 시대에 걸쳐 다목적으로 사용되었을 수 있으며, 램프와 두개골의 병치를 곧바로 강령술로 단정하는 건 과도한 해석"이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동굴이 로마 시대에 치유 의례(healing ritual)나 봉헌 의식(votive practice)의 장소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램프를 바치는 행위 자체는 고대 근동에서 흔한 종교 행위였다. 두개골 역시 후장(secondary burial)의 일부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다음 세 가지 근거로 반박한다:
- 램프가 숨겨진 방식: 공개적 봉헌이라면 중앙 제단이나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았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벽 틈새, 바위 아래 등 은밀한 장소에 의도적으로 숨겨져 있다.
- 두개골과 램프의 직접적 배치: 3번 두개골은 램프를 덮고 있는 자세로 발견되었다. 이는 우연한 배치가 아니라 의도적 조합이다.
- 고대 무기와의 공존: 수백 년 전 유물을 일부러 수집해 배치했다는 건, 그 자체로 마술적 의도를 시사한다.
결론은 이렇다. "100% 강령술"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현재 증거로 볼 때 강령술 의식 가설이 가장 설득력 있다는 게 2023년 하버드 신학 리뷰 논문의 입장이다.
나만의 에세이: 두려움이 만든 어둠, 어둠이 만든 신
이 동굴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인간의 두려움이 얼마나 집요한가 하는 점이다. 율법은 강령술을 금했다. 사형으로 다스렸다. 그런데도 로마 시대, 즉 율법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던 시기에, 사람들은 이 어두운 동굴 속으로 숨어들어 죽은 자를 불렀다. 왜일까.
간단하다. 죽음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미래가 불안했기 때문이다. 공식 종교가 주는 위로로는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금기를 넘었다. 법이 금지한 것, 사회가 저주하는 것을 택했다. 그것이 흑마술이든 뭐든, 답을 얻을 수만 있다면.
여기서 흥미로운 건, 이 동굴이 보여주는 '종교의 이면'이다. 공식 신앙사에는 사울의 엔돌 방문이 '나쁜 예시'로 한 줄 나오고 끝이다. 하지만 지하의 역사는 다르게 말한다. 그 '나쁜 예시'가 1천 년 동안 끊이지 않고 지속되었다는 걸 말이다.
이건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 본성의 솔직한 기록이다. 공식 교리는 "죽음을 두려워 말라, 신을 믿으라"고 했지만, 실제 사람들은 여전히 죽음이 무서웠고, 죽은 자의 입을 통해 답을 듣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들은 동굴로 내려갔다. 120개의 램프를 켜고, 두개골 앞에 무릎 꿇고, 어둠 속에서 속삭였다. "말해달라.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테오밈 동굴은 그래서 무섭다. 흑마술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두려움이 만들어낸 그 절박함 때문이다.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죽음 앞에서 답을 찾지 못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둠은 여전히 어둠이다.
참고문헌
- Klein, E., & Zissu, B. (2023). Oil Lamps, Spearheads and Skulls: Possible Evidence of Necromancy during Late Antiquity in the Te'omim Cave, Judean Hills. Harvard Theological Review, 116(3), 399–421.
- Davidovich, U., Porat, R., Dunseth, Z. C., Avni, Y., Langford, B., Klein, E., & Zissu, B. (2021). Archaeological and speleothem dating of a cave sanctuary in the Judean Desert. Radiocarbon, 63(1), 317–335.
- Sapir-Hen, L., Lernau, O., Klein, E., & Zissu, B. (2018). Faunal remains from the Te'omim Cave. In The Excavations at the Te'omim Cave: Preliminary Report. Bar-Ilan University.
- Shanks, H. (Ed.). (2023). Gateway to the Underworld? Biblical Archaeology Review, Summer 2023 issue.
※ 참고문헌에는 학술 논문 및 발굴 보고서만 수록했으며, 언론 기사는 제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