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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고고학

오펠 비문의 재해석: 솔로몬 시대 스바 여왕의 무역 증거가 나타나다

오펠 비문의 재해석: 솔로몬 시대 스바 무역의 증거
2012년 발굴된 항아리 조각이 11년 뒤 새로운 정체를 드러냈다. 2023년 4월, 히브리대학교 에피그래퍼 다니엘 바인스텁 박사는 예루살렘 오펠 지역에서 발견된 7글자 비문을 고대 남아라비아어(사바어)로 재해석했다. 그 내용은 "향(유향)"—솔로몬 시대 예루살렘 신전의 제사용 향료였다. 이는 단순한 언어 재분류가 아니라, 성경 속 스바 여왕의 방문 기록이 역사적 무역 네트워크 위에 기초했을 가능성을 처음으로 물질적으로 증명한 사건이다.

1. 발굴과 첫 번째 수수께끼: 2012–2023

2012년 11월, 히브리대학교 에일랏 마저 박사가 이끄는 발굴팀이 예루살렘 오펠 지역(성전 산 남쪽, 다윗의 도시와 성전산 사이)에서 놀라운 유물을 발견했다. 기원전 10세기로 추정되는 대형 저장용 항아리(pithos) 7개의 파편들이다. 이 중 하나의 입구 부분에는 눈에 띄는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문제는 "이게 뭐라고 적혀있나?"였다. 11년간 전문가들은 이 7개 글자를 두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초기 가나안 알파벳으로 보이지만, 어느 것도 일관된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혹은 와인(포도주)을 가리키는 단어일까? 아니면 행정 용어일까? 각 가설은 비문의 파편성과 희귀성 앞에서 무력했다.

2023년 4월, 히브리대학교의 Jerusalem Journal of Archaeology에 게재된 바인스텁의 논문은 이 교착 상태를 타파했다. 그의 결론은 급진적이었다.

2. 바인스텁의 재해석: 남아라비아 문자의 증거

바인스텁이 제시한 핵심 주장은 다음과 같다: 이 비문의 글자들은 가나안 알파벳이 아니라, 고대 남아라비아 문자(Ancient South Arabian Script)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 글자는 "가나안 문자의 형태에 맞지 않는 이상한 자형"이었는데, 정확히 남아라비아 문자 계통과 부합했다.

비문을 남아라비아어(사바어)로 읽으면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šy ladanum 5"

핵심 단어는 "ladanum"(라다넘)Cistus ladaniferus라는 식물에서 채취한 방향성 수지다. 이 물질은 고대 근동 세계에서 극도로 귀중한 향료였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바인스텁의 다음 발견이다. 출애굽기 30장 34절에서 기술된 신전 향료의 네 가지 성분 중 하나가 "šǝḥēlet"인데, 이것이 바로 라다넘의 고대 히브리어 이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즉, 이 항아리는 예루살렘 신전에서 사용될 향료 원료를 담고 있었던 것이다.

3. 향료 무역, 왜 솔로몬 시대에 중요했나?

오펠 비문을 이해하려면, 고대 근동에서 향료(특히 유향과 몰약)가 얼마나 전략적 가치를 지녔는지 알아야 한다.

  • 종교적 가치: 향료는 신전 제사의 필수 요소다. 출애굽기와 레위기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향금(incense)"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하나님 앞으로 올라가는 기도의 상징이었다. 따라서 공급 부족은 신전 제사 자체를 중단시킬 수 있었다.
  • 경제적 가치: 라다넘, 유향(frankincense), 몰약(myrrh) 같은 향료는 무게 대비 가격이 금 수준에 가까웠다. 아라비아 반도(특히 예멘 지역의 스바 왕국)가 이 향료들의 거의 독점적 공급처였기 때문에, 이들 상인을 관리하는 것은 국가 수입의 핵심이었다.
  • 정치적 가치: 향료 무역로를 통제하는 것은 국제 외교의 핵심이었다. 열왕기상 10장에서 스바 여왕이 솔로몬을 방문했을 때 "매우 큰 양의 향료와 귀한 돌들"을 가져온 것으로 기술된 이유는, 이것이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무역 협정의 신호였기 때문이다.

바인스텁은 이 항아리가 "예루살렘에서 제작되고, 발화(발사) 전에 사바어 구사자가 글을 새겼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스바 출신의 향료 공급 담당자가 예루살렘에 상주하며 무역을 관리했다는 의미다.

4. 예루살렘–스바 무역로: 2000km의 연결고리

오펠 비문이 지시하는 무역 네트워크는 성경 속 다른 단서들과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

남쪽 루트: 솔로몬은 네게브(Negev) 남부의 무역로를 통제했다. 스바의 낙타 상단은 아라비아 반도를 출발해 홍해 해안을 따라 북상했고, 예루살렘과 지중해 항구(홉라, 에시온게벨 등)를 거쳐 이집트 및 페니키아 세계로 향했다. 예루살렘은 이 고갯길의 "환환(環環) 교점"이었다.

해상 루트: 바인스텁도 언급하는 대로, 솔로몬의 함대(히람의 함대와 함께)는 오빌(Ophir)로 향했는데, 이 항로는 홍해를 남하하는 경로였다. 1946년 텔 카실 발굴에서 발견된 8세기 오스트라콘에는 "오빌의 금 30셰켈"이라는 기록이 있는데, 이는 솔로몬 시대 남아라비아와의 해상 무역이 적어도 200년 이상 지속되었음을 시사한다.

스바 왕국의 경제 구조: 기원전 10세기의 스바는 정확히 향료 무역의 황금기에 있었다. 마립(Ma'rib)을 중심으로 발달한 스바는 관개 농업 기술로 몰약나무와 유향나무 등을 대규모로 재배했다. 이들은 이 향료들을 아라비아 반도 북부와 지중해 세계로 공급함으로써 부를 축적했다.

5. 학계의 엇갈린 평가

오펠 비문이 2023년 학계에 공식 제시되자, 반응은 호평과 신중함이 섞여 있었다.

긍정적 평가:

  • 히브리대학교 고고학 전공 학자들은 바인스텁의 논문을 "탈 구멍을 낸 연구"로 평가했다. 특히 남아라비아 문자 계통이 근래 급속도로 연구되면서, 이전에 불가능했던 비교가 이제 가능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 성경 고고학 저널리즘(Biblical Archaeology Review, BAR)도 이를 "솔로몬과 스바 사이의 무역 증거"로 주목했다.
  • 에일랏 마저의 발굴 기록과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10세기 BCE)이 일관되게 지지하는 점도 무게를 더했다.

신중한 평가:

  • 일부 에피그래피 전문가들은 "7개 글자만으로 언어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우려를 제시했다. 파편성이 높고, 글자 수가 적으면 여러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비문이 정말 "무역 기록"이 맞는지, 아니면 "종교적 표시"나 "개인 소유자의 이름"일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의 중이다.
  • "이것이 곧 스바 여왕의 역사성을 입증한다"는 대중적 해석에 대해서는 학자들이 신중했다. 비문은 무역 네트워크를 보여줄 뿐, 열왕기상 10장의 여왕 방문 이야기 자체를 검증하지는 않는다.

6. 나만의 통찰: 파편 위의 제국

오펠 비문을 둘러싼 논쟁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솔로몬의 역사성"에 대한 더 깊은 질문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대중적으로는 "스바 여왕이 실제 있었나?"라는 이진 질문으로 축약되지만, 고고학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오펠 비문이 증명하는 것은 이것이다: 예루살렘은 "고립된 시골 왕국"이 아니라, 이미 기원전 10세기에 아라비아 반도, 이집트, 페니키아 세계와 얽혀 있었다는 것. 이 얽힘이 없었다면, 스바 여왕의 방문 같은 이야기가 왜 성경에 기록되었을까? 그것은 순수한 신화일까, 아니면 실제 외교 관계의 기억을 "왕과 여왕"의 드라마로 재포장한 것일까?

더 급진적으로 말하면, 오펠 비문은 우리가 성경 역사를 읽는 방식을 바꾼다. 단순히 "성경이 맞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의 이야기들이 어떤 역사적 기층(層) 위에 지어졌는가"를 추적하는 것이 진정한 고고학적 작업이기 때문이다. 작은 항아리 조각 하나가 2000km 떨어진 무역로를 그려내고, 왕과 여왕의 이야기를 뒷받침한다. 이것이야말로 고고학의 진정한 매력이다.

📚 참고 문헌 (APA 형식)

Vainstub, D. (2023). Incense from Sheba for the Jerusalem Temple. Jerusalem Journal of Archaeology, 4, 42-68.

Mazar, E. (2012). The Ophel Excavations: 2012 Season Report. Institute of Archaeology, 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Kitchen, K. A. (2003). On the Reliability of the Old Testament. Eerdmans.

Biblical Archaeology Review. (2023). Sabaean Inscription Discovered on Large Clay Jar in Jerusalem. Vol. 49, No. 3.

Armstrong Institute. (2023). A Sabaean Inscription on a Jar Deciphered and Discovered Less Than 300 Meters from the Site of the Jerusalem Tem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