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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고고학

예루살렘 해자 발견: 다윗 성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서

예루살렘 해자 발견: 다윗 성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서

⛏️ 150년의 삽질 끝에 드러난 진실: 예루살렘 다윗 성의 '거대 해자'가 말하는 것

요약부터 던집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던 '다윗 성'의 지도는 틀렸을지도 모릅니다. 2023년, 기바티(Givati) 주차장 발굴 현장에서 폭 30m, 깊이 9m의 거대한 인공 해자(Moat)가 발견되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구덩이가 아닙니다. 다윗 성과 성전 산(오벨)을 물리적으로 갈라놓았던 '권력의 단절선'입니다. 이 발견은 성경 속 난제인 '밀로(Millo)'의 정체를 푸는 결정적 열쇠이자, 소위 '성경 미니멀리스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공학적 증거입니다. 왜 그동안 아무도 몰랐는지, 이것이 성경의 역사를 어떻게 뒤집는지 팩트로 뼈 때려 드립니다.

1. 150년의 미스터리: 왜 아무도 이 거대한 구멍을 못 봤나?

고고학은 때로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없어진 것을 상상하는' 작업입니다. 예루살렘의 지형을 봅시다. 동쪽은 기드론 골짜기, 서쪽은 티로포이온(중앙) 골짜기가 천연 요새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북쪽은? 완만한 경사로 이어져 있어 적군이 산책하듯 걸어 들어올 수 있는 구조입니다. 군사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이 약점을 고대인들이 방치했을 리 없다는 게 학계의 오랜 의문이었습니다.

1960년대, 전설적인 고고학자 캐슬린 케년(Kathleen Kenyon)이 이곳을 팠습니다. 그녀는 다윗 성 북쪽 암반이 솟아오르지 않고 오히려 푹 꺼지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것을 "자연적으로 형성된 작은 계곡"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세계적인 석학이 "자연 계곡"이라는데 누가 토를 답니까? 그 후 60년 동안 예루살렘 지도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계곡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3년, 이스라엘 문화재청(IAA)과 텔아비브 대학의 유발 가도트(Yuval Gadot), 이프타 샬레브(Yiftah Shalev) 교수가 다시 삽을 들었습니다. 기바티 주차장을 파내려 가자, 케년이 봤던 그 '계곡'의 서쪽 끝이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이건 자연 침식이 아니었습니다. 수직으로 깎아지른 절벽, 바닥에 선명한 채석 흔적. 인간이 일부러 파내지 않고서는 생길 수 없는 구조물이었습니다. 케년 여사님, 틀리셨습니다. 그건 계곡이 아니라 '해자(Moat)'였습니다.

2. 해자의 해부학: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 깎았다

발견된 해자의 스펙을 팩트체크 해봅시다. 대충 흙 좀 파낸 수준이 아닙니다.

  • 너비: 최소 30미터. 어지간한 올림픽 수영장 길이보다 깁니다.
  • 깊이: 바닥에서 최소 6미터, 깊은 곳은 9미터 이상. 아파트 3층 높이의 절벽입니다.
  • 길이: 서쪽 티로포이온 골짜기에서 동쪽 기드론 골짜기까지 70미터 이상 횡단하며 산능선을 완전히 끊어버렸습니다.

이 정도 규모를 파내려면 약 13,000 입방미터(약 450,000 입방피트)의 바위를 깨부수고 옮겨야 합니다. 청동기나 철기 시대에 다이너마이트가 있었습니까? 오로지 정과 망치, 그리고 막대한 인력으로 해낸 겁니다.

이프타 샬레브 박사는 이 해자가 중기 청동기 시대(약 3,800년 전)에 처음 조성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다윗이 점령하기 전 여부스 족속 시절부터 이미 예루살렘은 북쪽이 끊어진 '섬' 같은 요새였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방어 시설을 넘어, 당시 예루살렘 통치자의 권력이 얼마나 막강했는지를 보여주는 '모뉴멘탈(Monumental)'한 증거입니다.

3. '밀로(Millo)'의 재해석: 채우기 위해선 비워진 곳이 있어야 한다

자, 여기서 성경을 펴봅시다. 사무엘하, 열왕기상하에 지겹도록 나오는 단어, 바로 '밀로(Millo)'입니다.

"솔로몬이 밀로를 건축하고 그의 아버지 다윗의 성읍의 무너진 것을 수축하였는데..." (왕상 11:27)

도대체 '밀로'가 뭡니까? 히브리어 어원 '말레(מלא)'는 '채우다(Fill)'라는 뜻입니다. 그동안 학자들은 이것을 비탈길을 흙으로 채워 평평하게 만든 '계단식 돌 구조물(Stepped Stone Structure)'이라고 퉁쳤습니다 . 틀린 말은 아니지만, 뭔가 2%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해자 발견으로 모든 퍼즐이 맞춰집니다. 채우려면(Fill), 먼저 비워진(Void) 곳이 있어야 합니다. 바로 이 거대한 해자가 그 '비워진 곳'입니다.

  1. 원래 다윗 성 북쪽에는 거대한 해자(구멍)가 있어 도시 확장이 불가능했습니다.
  2. 솔로몬(혹은 후대 왕들)이 성전과 왕궁을 북쪽 오벨 지역에 지으면서, 남쪽 거주지와 북쪽 성역을 연결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3. 이때 해자의 일부를 메우거나 다리를 놓는 대공사를 감행했고, 성경은 이것을 "밀로를 건축했다" 혹은 "다윗 성의 틈(Breach)을 막았다"라고 기록한 것입니다.

즉, '밀로'는 단순한 축대가 아니라, 도시를 단절시키던 거대한 해자를 극복하고 하나로 연결하려던 토목 공사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성경의 기록이 고고학적 지형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순간입니다.

4. "맹인과 다리 저는 자": 여부스 족속의 근거 있는 자신감

다윗이 예루살렘을 처음 칠 때, 여부스 사람들이 비웃었습니다.

"네가 이리로 들어오지 못하리라 맹인과 다리 저는 자라도 너를 물리치리라" (삼하 5:6)

우리는 이 말을 그저 "우리가 싸움 짱이다"라는 허세로만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폭 30미터, 깊이 9미터의 수직 절벽 해자를 눈앞에 두고 상상해 보십시오. 이건 허세가 아닙니다. 팩트입니다 .

북쪽으로 진입하는 적군은 이 해자 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건너갈 다리가 없다면, 절벽 위에서 돌만 던져도 전멸입니다. 그러니 "눈 안 보이고 다리 불편한 사람을 세워놔도 너희는 못 넘어온다"는 말이 나올 법합니다.

결국 다윗은 정공법을 포기하고 '물 긷는 데(수구, Tzinnor)'를 통해 기습작전을 펼칩니다(삼하 5:8). 왜 굳이 그 좁고 축축한 수로를 이용했을까요? 지상에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 '해자'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발견은 다윗의 정복 전쟁 서사에 3D 입체감을 부여합니다.

5. 계급의 분리: 신의 공간과 인간의 공간

이 해자는 단순한 방어 시설이 아닙니다. 도시 내부를 가르는 사회적 차단막입니다.

  • 북쪽 (상부 도시): 성전(신)과 왕궁(왕). 권력과 신성의 공간.
  • 남쪽 (하부 도시): 백성들의 거주지. 세속의 공간.

유발 가도트 교수는 이 해자가 "도시의 엘리트를 나머지 거주민들로부터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합니다. 왕은 백성들 머리 위에 군림하되, 섞이지 않았습니다. 30미터의 깊은 골짜기는 왕권을 향한 접근을 원천 봉쇄하는 심리적, 물리적 경계선이었습니다.

이 해자가 사라진 것은 헬레니즘 시대 후기, 즉 하스모니안 왕조 때입니다. 그들이 해자를 메워버린 것은 단순한 도시 개발이 아니었습니다. 이방인(셀레우코스 왕조)의 요새 '아크라(Akra)'를 무너뜨리고, 예루살렘을 하나의 유대인 도시로 통합하려는 정치적 행위였습니다. 분리의 상징을 메워버림으로써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 나만의 에세이: 비워야만 채울 수 있는 역사

고고학은 땅을 파는 학문이지만, 역설적으로 '파내어진 공간(Void)'에서 더 많은 진실을 찾곤 합니다. 이번 기바티 주차장의 해자 발견은 13,000 입방미터의 텅 빈 공간이 3,000년 전 예루살렘의 권력 구조와 다윗의 전술, 솔로몬의 토목 공사를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됨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성경의 역사를 '연속성'으로 이해하려 합니다. 다윗부터 예수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길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땅속의 진실은 '단절'을 말합니다. 왕과 백성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해자가 있었고, 성전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습니다. 솔로몬이 '밀로'를 지어 그 틈을 메우려 노력했듯, 역사는 끊임없이 단절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몸부림입니다.

케년 여사가 그토록 찾고 싶어 했던 다윗 성의 북쪽 경계는 성벽이라는 '채움'이 아니라, 해자라는 '비움'이었습니다. 때로는 눈에 보이는 벽보다, 보이지 않는 구덩이가 더 넘기 힘든 법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떤 해자를 파고, 또 어떤 밀로를 쌓으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삽질은 고고학자만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틈을 메우는 건축가일지도 모릅니다.

📚 참고 문헌 (References & Fact Check)

* 본 포스팅은 최신 고고학 발굴 리포트와 학술지(Tel Aviv Journal, 2023)를 기반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